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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바의 정수는 어디에

다들 흔히들 말하는 그 요란한 네온사인 거리, 그러니까 강남이나 홍대 같은 뻔한 장소들이 전부라고 믿는 모양이다. 그런 곳들은 유행을 쫓는 사람들에 의해 이미 가치가 휘발되어 버린 지 오래다. 정작 진짜 은밀하고 감각적인 유흥의 정수를 맛보려면, 사람들이 덜 쳐다보는 골목의 결을 읽어내야 한다. 굳이 이름을 대지 않아도 알 만한 곳들은 이미 상업화의 늪에 빠져 변별력을 상실했다. 나는 오늘 대세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의외의 장르라 할 수 있는 전통적 형태의 바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흔히 요즘 감성이라고 떠드는 화려한 인테리어와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는 곳은 지양해야 한다. 그런 곳들은 술의 본질보다는 공간의 분위기를 파는 데 급급하다. 진짜는 낡은 우드톤의 바 카운터와 조용히 잔을 닦는 바텐더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사람들은 바텐더의 화려한 기술에 박수를 보내지만, 나는 그가 손님을 대하는 무심함의 정도를 본다. 너무 친절한 접객은 오히려 독이다. 손님이 스스로 분위기에 스며들게 만드는 절제된 거리감이 진정한 수준을 가른다. 내가 점수를 짜게 주는 이유는 명확하다. 요즘은 어디를 가도 지나치게 친절한 나머지,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손님의 사유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술의 종류가 많다고 좋은 곳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메뉴판이 두꺼운 곳일수록 정작 제대로 내놓는 술은 없다는 게 내 지론이다. 서울 어디를 가든 흔해 빠진 위스키 리스트는 이제 질린다. 진정한 평가는 기본에 충실한 칵테일 한 잔에서 나온다. 얼음의 투명도, 잔의 차가운 온도, 그리고 시트러스 계열을 다루는 방식만 봐도 그곳의 내공이 드러난다. 대중적인 취향을 맞추기 위해 설탕 시럽을 과하게 사용하는 곳들은 즉시 목록에서 지운다. 섬세한 혀를 가진 사람이라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법한 미묘한 차이들이 그 공간을 지배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유흥 업종을 비교할 때 가성비나 리뷰의 개수를 지표로 삼지만, 그런 건 통계의 함정에 불과하다. 대중의 평점은 대개 그 장소의 매력보다는 얼마나 빨리 취할 수 있는가에 맞춰져 있다. 나는 차라리 혼자 조용히 책을 펴놓고 시간을 보내기에 최적화된, 타인과의 연결을 차단할 수 있는 장소를 높게 친다. 왁자지껄한 대화보다는 잔 부딪히는 소리마저 조심스러운 그런 곳. 서울의 밤은 그런 고요함이 존재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가진다. 타인의 취향에 휩쓸리지 말고, 당신만의 잣대를 세우는 법부터 배우길 바란다. 그런 안목이 없는 상태에서 찾는 유흥은 그저 시간과 돈의 낭비일 뿐이다.

종로 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