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겨울,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세 정거장 안에 14개월 새 문을 닫은 가게가 7곳이었다. 문제는 그들이 다 같은 이유로 망한 게 아니었다.
메뉴판 뒤의 계산기
나는 원래 밥값에 집착하는 셰프 출신이라서 어딜 가든 메뉴 보면서 원가를 곱셈으로 뒤집어 본다. 홍대 골목식당에서 1,200원짜리 라떼 한 잔에 쓰이는 우유가 220ml면 매출 원가는 이미 400원을 훌쩍 넘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인건비·임대료·세금까지 붙이면 남는 건 거의 없다.
그런데 신기한 건, 같은 골목에 있는 3개월 차 카페 'A'는 1,100원짜리 라떼를 팔면서도 버텼다. 비결은 식자재 유통 경로를 2023년 4월부터 '도매꾹' 대신 '피드박스'로 바꾼 것 하나뿐이었다. 박스당 원두 단가가 8,300원에서 6,100원으로 떨어지니까, 하루 40잔 기준으로 한 달에 26만 원 정도가 벌어졌다.
망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나는 그해 폐업한 세 곳의 메뉴와 가격대를 스프레드시트에 정리한 적이 있다. 공통점이 딱 하나 있었다. 2023년 1월에 '트렌디 키워드'를 메뉴명에 그대로 박은 곳은 6개월을 버티지 못했다. '비건' '제주' '감성' 같은 단어가 메뉴판에 4개 이상 등장한 집은 100%였다.
반대로 살아남은 곳은 단어 대신 재료를 강조했다. '제주 흑돼지' 대신 '애월 흑돼지 껍데기(120g, 9,000원)'처럼 구체적 수치를 붙였다. 손님이 계산할 수 있는 정보를 먼저 주는 것, 이 차이가 2023년 홍대에서 생존과 폐업을 갈랐다.
유흥 업종 비교가 말해주지 않는 것
여기서 내가 평소 관심ある '유흥 업종 비교' 논의와 겹치는 지점이 생긴다. 노래방, 코인노래방, 룸살롱, 퍼블릭 등业态가 다르지만 결국 손님에게 '가성비 체감'을 줄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한국 노래방은 1970년대부터 개인 영업 위주로 성장했는데, 2023년 기준 코인노래방이 골목을 잠식한 이유는 단 하나, 1,000원에 10분이라는 '명확한 가격 약속' 때문이다. 위키백과 노래방 역사
내가 자주 가는 코인노래방도 2023년 9월에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시간당 단가를 50원 올렸다. 손님이 그 차이를 느끼기 전에 업장 측이 먼저 메뉴판에 '고음 특화 마이크 신형 도입'이라는 설명을 붙였는데, 이 마케팅이 통했다. 같은 가격 인상이라도 '뭐가 달라졌는지'를 설명하는 가게와 안 하는 가게의 재방문율 차이가 실제로 3배 이상 났다.
가장 피해야 할 선택
나는 2024년 홍대에서 newly opened 가게들을 보면서 느끼는 건데, 가장 위험한 건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원가 구조는 안 바꾸는 것'이다. 메뉴 이름만 바꾸고 재료·유통·인력을 그대로 둔 채 '신선함'을 포장하려는 시도는 2023년에 이미 7번 실패로 증명됐다. 남들이 다 가는 길을 밟지 말고, 먼저 메뉴판 뒤의 숫자부터 뜯어고치는 게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