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돌아가기

홍대에서 문 닫은 가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2023년 홍대에서 문 닫은 가게들의 공통점을 다들 '임대료'나 '경쟁 과열'로 돌린다. 틀린 말은 아닌데, 그거 전부 피상적인 이유다. 내가 뒷자리에서 매출 장부라도 읽은 것마냥 원가 계산해놓고 보니, 폐업한 집이랑 살아남은 집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이 하나 그어져 있었다.

세 곳은 전부 같은 시간에 같은 색을 입고 있었다

2023년 봄, 연남동에서 2022년 말 오픈했던 베트남 쌀국수 집이 먼저 눈에 띄었다. 메뉴판 보자마자 직감이 왔다. 소고기 쌀국수 13,000원. 그 근처 식당들 평균이 9,500~10,500원이었으니까. 쌀국수 하나에 3천 원 프리미엄을 붙인 이유가 메뉴판 어디에도 없었다.

같은 해 여름, 홍대입구역 3번 출구 근처 칵테일 바로 넘어갔는데 기본 하이볼이 18,000원이었다. 소주 한 병에 탄산수 섞은 조합이잖아. 원가율 15%도 안 되는 데 18,000원이면 마진률은 미쳤는데, 문제는 손님이 그걸 모를 거라고 착각한 거다.

세 번째는 합정 쪽 브런치 카페. 에그베네딕트 22,000원. 달걀 두 개에 베이컨, 영국식 머핀 하나. 재료 원가 3천 원 남짓.

공통점이 보이지? 가격에 맞는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

유흥 업종 비교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구조

유흥 업종 비교를 해보면 알겠지만, 살아남은 곳들은 자기 영역의 가성비를 절대 놓지 않았다. 홍대에서 2019년부터 지금까지 영업 중인 칵테일바 하나는 기본 칵테일을 9,000원대에 유지하면서 테이블 회전율을 높이는 전략을 썼다. 손님 한 명당 이익은 줄었는데, 테이블이 하루에 세 번 돌아가니까 월매출은 폐업한 집보다 오히려 높았다.

살아남은 곳들의 차별화, 요건 디테일이다

브런치 사례 하나 더. 폐업한 그 집 바로 옆에 있던 프렌치토스트 전문점은 재료 원가를 오히려 올렸다. 버터를 유럽산 고급 버터로 바꾸고 메뉴 가격은 16,000원으로 낮췄다. 메뉴판에 "XX버터 사용"이라고 적어놓은 것 하나가 전부인데, 손님들은 그걸 보고 '이 집은 재료에 돈 쓴다'고 판단했다. 내가 원가 계산으로 확인했지만, 그 집 원가율은 높아졌음에도 재방문율이 완전히 달랐다.

생존자들의 공통 공식 하나. 메뉴 하나에 '왜 이 가격인지'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있었다. 재료가 비싼 이유든, 조리 시간이 긴 이유든, 아니면 그냥 "이 돈 받으면 이 퀄리티 보장한다"는 뻔뻔함이라도 있었어야 했다.

사장 몰래 원가 계산한 썰의 결말

솔직히 말하면, 사장 몰래 메뉴별 원가 계산해서 블로그에 올리는 행위 자체가 좀 찝찝하다. 누구의 생업을 놓고 "이건 원가 2천 원인데 13,000원 받네?"라고 디스하는 셈이니까. 하지만 2023년 홍대를 관통하는 진실은 그걸 안 하는 손님이 더 많았다는 거고, 그래서 폐업한 가게들이 결국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거다.

손님이 계산기를 안 두드려도 본능적으로 '이 가격에 이 퀄리티?'라는 감각은 있다. 그 감각을 무시한 가게들은 2023년에 전부 문을 닫았고, 그 감각에 맞춰서 가격과 가치의 접점을 찾은 곳들은 지금도 영업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 참고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