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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임대차 계약서에 적힌 권리금 2억, 그 돈의 실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홍대 상권에서 폐업한 가게의 권리금이 왜 0원으로 수렴했는지, 반대로 어떤 가게는 권리금 2억을 받고 매장을 넘겼는지 궁금한 적 없나. 같은 골목, 같은 평수, 심지어 같은 업종인데도 말이다.

작년 이맘때 홍대 걷고 싶은 거리 뒷골목에서 있었던 일이다. 2년차 자영업자가 운영하던 칵테일바가 폐업 절차에 들어갔는데, 권리금이 단돈 0원이었다. 반면 50미터 떨어진 곳의 와인바는 권리금 2억 1천만원에 거래됐다. 이 차이를 임대차계약서 숫자로만 보면 절대 이해할 수 없다.

권리금 0원의 비밀: "워크아웃" 상태의 임차인

내가 직접 확인한 폐업 가게들의 2023년 실거래 내역서를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월세 연체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이들이 선택한 건 "워크아웃" 방식의 임대료 조정이었다. 건물주와 합의해서 월세를 30% 깎는 대신, "차후 권리금 회수 시 30%를 건물주에게 반환"한다는 특약을 넣은 거다.

문제는 이 특약이 상가임대차보호법상 '권리금 회수 방해'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이다. 계약서에 저 문구가 들어가는 순간, 신규 임차인은 권리금 지급을 꺼리고 건물주는 계약 거절 권한을 쥐게 된다. 결국 권리금 0원이라는 결과로 직결됐다.

반면 권리금 2억을 받은 와인바는 코로나 기간 동안 임대료를 단 한 번도 깎지 않았다. 대신 건물주와 '매출 연동 임대료' 조항을 걸었다. 월 300만원 고정에, 분기 매출 5천만원 초과분의 7%를 가변 임대료로 얹는 구조다. 이게 중요하다. 고정 월세를 낮추는 대신 변동성을 인정한 이 선택이, 권리금 2억의 근거가 되었으니까.

유흥 업종 비교에서 드러나는 생존 조건

홍대에서 살아남은 업소들을 유흥 업종 비교해보면 또 하나의 패턴이 보인다. '공간 협업'을 하는지 여부다. 폐업한 칵테일바는 순수 주류 매출만으로 월 1,200만원의 고정비를 감당하려 했다. 주류 원가 25%, 직원 급여 400만원, 월세 350만원.

살아남은 곳들은 낮 시간대 공간을 팝업이나 전시로 돌렸다. 와인바는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를 '스틸 라이프 드로잉 클래스'로 운영했다. 이걸로 나오는 부수입이 월 280만원이었다. 임대료의 80%를 주간 프로그램으로 처리한 셈이다. 권리금 2억은 단순히 가게 매출이 아니라, 이 '공간의 시간대별 수익 구조' 자체를 산 거다.

내가 확인한 2023년 홍대 폐업 업소 14곳의 권리금 내역을 보면 공통점이 또 있다. 권리금을 0원으로 만든 건 임대차 계약 순간부터 이미 결정돼 있었다는 점. 월세를 깎는 대가로 뭔가를 포기한 순간, 그 건물에서의 수명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하면, 신규 창업자가 흔히 놓치는 게 있다. 바로 기존 임차인이 남기고 간 '바닥 권리금'의 성격이다. 인테리어 비용으로 8천만원을 들였다는 말에 속지 말고, 그 인테리어가 실제로 매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내가 본 폐업 가게들의 대부분은 인테리어 비용 6천만 원 이상을 권리금에 포함시켰지만, 정작 그 공간이 만드는 분위기가 타겟 고객과 완전히 어긋나 있었다.

홍대에서 권리금 2억 받고 나간 가게들은 하나같이 이런 실수를 피했다. 그들은 인테리어에 돈을 쏟기보다, 공간의 시간대별 활용 계획을 먼저 문서화했고, 그 계획이 임대차 계약서에 반영될 수 있도록 협상부터 시작했다. 이 순서를 모르면 권리금 0원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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